만화가가 되겠다는 내 꿈은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뒤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빵빵한 그림실력’과 ‘탄탄한 스토리’, 이 두 가지로 세상을 휘어잡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완벽한 사람의 움직임을 위해 해부학 책을 보면서 뼈와 근육의 움직임을 그리려고 연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께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기독교 집안이던 우리 가족은 엄마를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지만 10개월의 투병생활 후 천국으로 가셨다. 엄마의 죽음으로 미술 공부를 극구 반대했던 아빠는 내 꿈을 허락하셨다. 그러다 전공을 만화에서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디자인과에 진학해 신나는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어느 친구가 전화와 메신저로 무려 2년 반 동안이나 복음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샛별아! 만화책 좀 안 보면 안 돼? 만화책 좀 그만 봐!”라는 말에 2년 반 동안 참아왔던 짜증이 폭발했다. “야! 우리 엄마도 안 살려준 하나님! 그 하나님이 내 꿈도 못 꾸게 하니? 그런 하나님이 내 주인이라고? 나 그런 하나님 믿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뱉으면 시원할 줄 알았던 그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를 답답하게 했다. 일주일 째 되던 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내 입에서 “살려주세요. 주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친구가 2년 반 동안 들려주었던 복음이 생각났다.
‘전능자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주셨다. 전능자께서 오셨다 가신 이 증거로 믿는 것이다.’ 내 마음에서 사도행전 2장에 베드로가 3천명 앞에서 선포했던 복음이 생각났다. ‘너희가 죽인 예수’ 이 말이 ‘김샛별이 죽인 예수, 네가 믿어져야 하나님이고 네 엄마를 살려줘야지만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주신 하나님인 예수, 그런데도 네가 믿지 않는 그 예수, 그가 바로 하나님이다’라는 말로 마음에 들려왔다.
나는 마음에 예수님을 두기 싫어하는 마귀와 똑같은 죄인이었다.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안에서 ‘네가 나를 버린 그 순간에도 나는 너와 함께 있었다’고 하시는 그 하나님의 사랑에 나는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자 내 삶은 정말 놀랍게 변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원망했던 마음이 감사로 바뀌었다.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영원한 천국을 사모하며 숨을 거둔 엄마, 이별은 정말 잠깐이고 나는 엄마를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내가 예수님께 인격적으로 굴복하여 주인으로 믿을 일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감사만 나왔다.
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교회 디자인 팀에 들어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재능도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고 허락하신 것이었다.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삶의 주인이 예수님이기에 결과에 따라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미 그런 존재가 됐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누가 내 주인이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단 한번 단 한순간이라도 예수님의 이름을 드러내고 이 분만 증거 할 수 있기를, 단 한 사람이라도 예수님을 만나는 그 시간을 앞당길 수 있기만을 소망한다. 오직 주를 위해 디자인하는 나는 행복한 디자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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