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나는 세상에서 돈 없는 게 죄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인문계 여고에 진학하여 성적은 좋았지만 선생님은 가난 때문에 내 성적에 관심두지 않았고 진학 상담도 없이 대학입시에서 아예 배제하셨다. 결국 입학원서 한 번 넣지 못하고 졸업식 때 혼자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선생님은 친구들 앞에서 “윤미혜! 너는 야간자율학습 하지 말고 집에 가서 밀린 교납금이나 가지고 와”라고 하셨다. 그 상처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 돈을 벌자. 사람보다 돈이 먼저잖아!’ 내겐 자존심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공공근로 현장, 공장, 사무실 경리, 영화관 매표소 직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처럼 돈이 벌어지지 않았다. 정말 마음과 몸이 힘들었다. 종일 돈에 시달리고 밤새 가위에 눌리다보니 아침이 오지 않고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벼랑 끝 인생이었다.
이때 동창을 만났는데 예수를 믿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이 내겐 ‘예수 믿으면 돈 문제가 해결될 거야’라고 들렸다. 나는 죽어서 가는 천국보다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 돈으로부터 자유해지는 것이 천국이라 생각했다.
그 친구는 성경의 예언과 예언의 성취를 찾아 공책에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위인전, 백과사전, 사회 교과서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찾아본 제자들의 순교 모습을 통해 내 마음에 부활이 확증되었고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게 되었다.
어느 여름수련회 때 목사님은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가 지옥 갈 죄’라고 하셨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죄에 대해 나는 “돈 때문에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아왔는데 또 무슨 죄를 지었다고 하시는 겁니까?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닙니까? 억울합니다!” 이렇게 대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고 다시 사셨으니 곧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려 하심이니라’는 말씀이 내 마음을 강타했다. ‘이를 위하여! 이를 위하여! 산 자와 죽은 자의 주가 되시기 위하여! 내가 뭐라고 나의 주가 되시기 위해 하나님이 죽으셨나? 아! 전능자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거셨구나!’ 아들을 보내신 하나님과 그 아들까지 무시하며 돈 없는 게 죄라고 끝까지 우기는 내 모습, 이런 내가 정말 악랄한 죄인임이 그대로 비춰졌다.
나는 돈이 없어 무시당하고 상처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모두 내가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돈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고집이, 돈으로 되갚아주고 싶은 자존심이 예수님을 끝까지 거부하고 대적했던 것이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것이 죄가 아니라 부활하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음에도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는 이 악랄한 죄, 이 죄를 회개하고 나는 마음에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랬다. ‘세상 임금이 마귀’이고 그 마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세상의 실상이었다. 정확한 세상의 실체가 보이니 그동안 마음에 남아있던 돈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정말 세상은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그때부터 캠퍼스에 들어가 많은 학생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했다. 매일 병원에 가서 병실마다 다니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다. 이 기쁜 소식을 나 혼자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돈만 있으면 행복하고, 돈이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돈이 없어도 이 세상에서 최고의 부자이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이다. 오늘도 주인 되신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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